[프로그램] 아마도Lab 24′ 장마이전: ‘누아르 어바니즘’ <파멸의 꿈―현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 그리고 ‘네오’ 서울과 평양> 세미나 안내

<파멸의 꿈―현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 그리고 ‘네오’ 서울과 평양> 세미나

유토피아의 반대되는 용어로서, 그리스어로 ‘나쁜(dys) 장소(topos)’를 가리키는 디스토피아dystopia는 부정적인 암흑의 세계(관)를 지칭합니다. 오랫동안 어둡고 절망적인 가상의 미래 사회를 그려냄으로써 현실의 상황을 비판하고자 했던 문학 작품이나 사상에서 등장해 왔습니다. 최근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대중문화에서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는데요. 많은 경우 이런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무대는 현대적인 도시입니다. 그것은 마천루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첨단 도시의 이미지로, 혹은 실존하는 특정 도시의 이미지 (혹은 그 복합체)로 재현됩니다. 이처럼 디스토피아적 재현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그리지만, 동시에 현실의 장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가 가진 어떤 특성이/이미지가 디스토피아적인 재현을 야기하는 걸까요? 어떻게 이러한 도시의 이미지들이 생산되고 유통되어 왔을까요?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본 세미나는 기안 프라카시Gyan Prakash의 『누아르 어바니즘: 현대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들』을 길잡이 삼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문학적·영화적·사회학적 재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디스토피아적인 도시 재현을 살펴봅니다. 모더니즘과 궤를 함께하며 전개된 도시적 디스토피아의 개념부터 필름 누아르 장르의 도시-디스토피아 이미지, 전후 일본 문화의 아포칼립스적 도시 재현 등의 사례들을 살펴보며 함께 논의합니다. 나아가 참여자들은 이러한 논의를 확장하여, 최근 소위 ‘K 문화’의 약진 속에서 급증한 사이버펑크적 도시 이미지들과 함께, ‘미리 도래한 디스토피아’로서의 북한 도시 이미지들을 살펴보며 의견을 나눠봅니다.

◼︎ 진행: 이혜원 큐레이터, 한아임 작가, 반재하 작가
◼︎ 일정:
- 4월 20일(토)부터 5월 18일(토)까지 총 5주 간, 매주 토요일 총 5회 진행
- 4월 20일, 27일, 5월 4일, 11일, 18일
- 오후 2시부터 3시반까지
◼︎ 구성: 1시간(렉처) + 30분(질의 응답 및 토론)
◼︎ 인원: 최대 10명
◼︎ 참가: 본 프로그램은 중도 포기 없이 5주 동안 총 5회 참여함을 전제합니다.
◼︎ 장소: 아마도Lab
* 프로그램 신청: 본 게시물 외부 링크

- 세미나 구성 -

[1주 - 들어가며 / 4.20]
현대 도시를 상상해봅시다. 어둡게.

본 세미나의 중심이 될 『누아르 어바니즘』의 전체 내용을 간략히 개괄하고, 세미나의 진행 방향을 안내합니다. 본서는 영화, 저널리즘, 문학, 사회학, 건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만들어진 디스토피아적 도시의 재현물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대한 하나의 비평적 해석으로 바라봅니다. 또한 현대 도시의 역사는 이미지의 생산 및 유통과 불가분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디스토피아적 표현의 시각적 형식에 논의의 초점을 맞춥니다.

“이 컬렉션은 도시적 디스토피아를 특정 형식으로 분석하되, 그 용어를 은유적으로 취급함으로써 도시에 대한 어두운 비판의 역사적·지리적 범위를 확장한다. 독일부터 멕시코, 일본,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중국으로 이동하며, 필자들은 도시 재현을 역사적으로 해석하고, 비평으로서 각 재현이 가진 강점과 한계를 탐구한다.”
—기안 프라카시


[2주 - 모더니즘과 도시적 디스토피아 / 4.27]
바이마르 독일, 19세기 빈, 그리고 20세기 멕시코시티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재현한 사례들을 통해 모더니즘의 후광이 드리운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아포칼립스의 환영: <메트로폴리스>와 바이마르의 모더니티
“새로이 창조하려는 자는 파괴해야 한다.”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미하엘Michael』 (1928)

2. 지옥 같은 소리: 디스토피아적 소리를 넘어
“이 갑작스럽고 날카로운 찰싹임은 뇌를 마비시키고, 모든 명상을 파괴하며, 생각을 살해한다.”
—쇼펜하우어

3. 틀라텔롤코: 멕시코시티의 도시적 디스토피아
“나는 모두에게 삼문화광장이 함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내가 말을 했다고요. ¡출구가 없잖아요!”
—『틀라텔롤코의 밤』


[3주 - 어두운 도시의 미학 Part 1 / 5.4]
어두운 흑백의 시각적 스타일로부터 공포와 SF의 미학까지, 화면에 비친 디스토피아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4. 필름 누아르의 지역적 지리: 스크린 안과 밖에 나타난 도시적 디스토피아
“이러한 관심과 반발의 조합은 모든 각도에서 공격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돈에만 관심이 있는 반동적인 동네라고 비난받기도 하고, 엄청나게 사치스러운 가운데 공산주의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우리는 스크린을 통해 뭔가 전달하지 않는다고 공격받고, 우리가 선동가이며 스크린을 ‘메시지’로 채운다고 비난받는다. 우리는 노동 갈등으로 고통받는 동네로 비춰지고, 우리가 노동 지도자들을 뇌물을 주고 매수했기 때문에 할리우드에서는 ‘당연히’ 노동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우리는 고립됐으며 단절되어 세상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며,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일시적인 공동체로 간주된다.”
—도어 섀리

5. 저런, 도쿄가 무너지네: 전후 일본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오락적 아포칼립스와 도시
“도쿄가 새로운 괴물에 의해 아무리 치명적으로 파괴되어도, 다음 주면 바로 그 똑같은 도시가 빠르고 아름답게 재건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겟돈은 일주일에 한 번, 부활은 그다음 주에 발생한다. 이것이 일본이 고도성장기에 추던 2박자 재즈 춤이다.”
—타츠미 타카유키


[4주 - 어두운 도시의 미학 Part 2 / 5.11]
포스트사회주의적인 네오리얼리즘부터 봄베이 시네마의 어반 프린지에 이르는, 지역 특정적인 디스토피아적 이미지를 다룹니다.

6. 포스트사회주의적 도시 디스토피아?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렸다.
이야기해보자, 봄,
개혁, 개방, 대단한 번영에 대하여.
깃발을 높이 들자, 여기서 미래가 시작되니
장엄한 새로운 시대를 향하여.”
—마오주의 시대의 노래

7. 마찰, 충돌,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것: 봄베이 시네마의 디스토피아적 단편들
리좀은 이질성으로 특징지어지고, 시작도 끝도 없는 형태를 띤다. 이는 통일성이나 위계가 없는 역모형countermodel 형성물이다. 리좀은 끊임없는 유동 상태에 있다. 자본주의의 생산, 유통 및 소비 네트워크는 폐쇄 회로처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예측할 수 없고 다양한 경로로 움직인다.
—본문 내용 중(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


[5주 - Part 1 도시의 위기를 상상하기 / 5.18]
이미지 생활을 통해 파악되는 현대 도시 사회의 특성에 대해 신문 기사, 소설 및 정책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8. 고통의 지형: 1930년경의 도쿄
살인자 마을의 수상한 종교인 / 잔혹한 범죄를 자백하다 / 끔찍한 위탁 아동 살인 소탕 / 이타바시 경찰서의 중대한 조치 / 400명의 자녀 입양 / 1년에 3명의 아기를 낳는 아내들 / 작은 마을의 놀라운 공중도덕
—1930년 4월 15일, 『도쿄 아사히』 조간판, p. 7.

9. 디스토피아에서 살기: 동시대 아프리카 도시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이 도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 건설 현장과 같다. 이 도시는 절대 수동적인 희생양으로 남아 있을 수 없다. 그보다, 이 도시는 가능성의 장소이며, 행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장소다.”
—빈센트 롬붐 칼리마시Vincent Lombume Kalimasi

10. 도시 붕괴를 상상하기: 1990년대의 델리
“모두의 기억이 비디오카세트 같아서, 새로운 이미지와 목소리가 매일 낮에 기록되었고, 매일 밤에 지워졌다. 매일 아침, 전날 벌어진 일에 대해 뭐라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다이 프라카시


[5주 - Part 2 <바톤터치 디스토피아: 네오 서울과 네오 평양> 워크숍 / 5.18]
세미나의 마지막 시간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지금, 여기의 도시로 확장해 봅니다. 『누아르 어바니즘』의 사례로 살펴 본 수많은 디스토피아적 도시 재현의 연장 선상에서, 근래 서울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네오 서울’, ‘사이버펑크 서울’ 등의 별칭으로 불리며, 디스토피아적인 도시로 재현되어 왔는데요, 흥미로운 것은 다른 한편, 평양 역시 그러했다는 것입니다.

두 도시와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상기해 본다면 이는 더 흥미롭습니다. 서울과 평양은 모두 분단 이후 근대적 대도시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빛나는 도시(The Radiant City)’로 대표되는 르 코르뷔지에의 유토피아적인 모더니즘 도시 계획으로부터 강하게 영향을 받은 도시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권 안에서 각기 발전한 두 도시가 현재 대중문화에서 가장 디스토피아적인 도시로 재현되고 있는 현상은 다양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이런 맥락과 지형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기획된 본 워크숍에서는 서울과 평양을 중심으로 도시와 그 이미지의 영향 관계를 재고하고, 디스토피아적 재현 너머의 세계상에 대한 대안적인 인식적 확장을 실험하면서, 새로운 도시 이미지의 구축을 상상해 보고자 합니다.

본 워크숍에서는 '분단'과 '유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일상의 작동 방식과 냉전의 현재성을 탐구해 온 반재하 작가와 함께 AI 이미지 생성 툴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활용하여 서울과 평양을 교차하는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 봅니다. 두 도시의 이미지와, 북한의 모든 건축 활동의 근본이 되는 도서인 『건축예술론』 (김정일, 조선로동당출판사, 1992)의 지침 등을 학습한 AI에 릴레이로 명령어를 입력하면서 도시의 이미지를 재구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