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 개인전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 않는다》

Chunsoo Kim Solo Exhibition: The Future Won't Happen on Its Own

김천수의 이번 개인전을 추동하는 명제는 피터 틸(Peter Thiel)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 등장하는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는 문구다. 다만 사진(술)을 경유해 기술 발전 신화에 내재된 사회 구조의 불안전성을 탐구해 온 김천수는, 이 문구에 잔존하는 기술지상주의적 신념을 의심하며 이를 역설적으로 전유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 〈서울〉 연작을 비롯해 지난 10년간 작업해 온 〈AI 105〉, 〈가리왕산〉, 〈알프스-민트색 소파〉 등 근작 및 미발표 작품 등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연작들은 모두 기묘한 방식으로 뒤틀려 있다. 예컨대 디지털 카메라로 찍힌 풍경은 왜곡되어 복제되고, 오래된 흑백 인화 기법에 갇혀 점차 흐려지거나 흰 물질에 덮여 일부를 소실한다. 첨단기술 박람회에서 과거의 신식 사진기로 찍은 대상이라곤 흠집과 부스러기뿐이고, 그 이미지조차 폐기가 예정되어 있다. 또 오랜 시간에 걸쳐 기록했다는 풍경과 사물은 언제 기입되었는지 짚어낼 수 없이 이상한 시간대를 맴돈다.

작가의 환형적 물음표는 우리에게 이르러 서순을 바꾸고 첨언해 되묻길 바라는 듯하다. ‘미래가 되려면 시간은 어떻게 흘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