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int It Black》

Paint It Black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1966년 발표된 동명의 곡에서 제목을 딴 전시, 《Paint It Black》은 죽음을 다루는 나와 너의 지금 모습을 다루려 한다. 기획은 죽음을 둘러싼 당대의 모습을 그리는 데 있어 10⋅29 이태원 참사를 전시의 계기적 전제로 삼는다. 단 10⋅29 참사를 출발점으로 삼되, 전시의 목적이 참사의 세부적 정황을 소재로 삼는데 놓여있진 않다. 그보단 10⋅29 참사 이후 섣불리 선포된 관제적 애도가, 애도와 연대를 먹칠한 특이적 상황에 주목한다. 특히 10⋅29 참사 이후의 이러한 ‘예외성’이, 타자와 상실이 나에게 속한/되돌아오는 재귀적 문제라는 사실을 다수가 인정 불카능케 하는 보편적 조건으로 작동하는 현재를 바탕으로 삼는다.

전시는 오늘날, 죽음과 애도 뒤에 ‘응당’ 따라붙는 혐오와 회피의 형상들을 혐오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그대로 들여다 보자는 내기로부터 출발한다. 동시에 너와 내가 뒤섞여 그려 놓은 아수라장을 넘어, 각자 내부에 침전한 죽음에 대한 양가적 감정들의 양태를 돌아 보기를 권한다. 또 표현과 의도, 윤리성을 의심하느라 애도하기를 주저치 말기를, 어떤 방법으로든 죽음을 발화하기를 종용하는 예시들을 선보인다. 이어 혐오나 수동적 거부에 혐오로 응수하기보단, 그것을 애도의 충분조건으로 삼아 새로운 애도를 희구하는 거듭된 몸짓을 제시한다. 나아가 상실의 공백을 더듬어보는 이미지들로써, 아직 죽지 않은 내가 망자의 부재를 애도로 검게 칠할 때 비로소 그들을 영원히 살게 할 수 있음을 다시금 알린다. 그러나 생을 견뎌내야 하는 우리는 죽음이 함께 살고 있음을 쉽게 잊는다. 전시의 마지막 수는 죽음을, 검게 그려낸 개별의 애도 언어들을, 빼앗겼던 추모의 형식을 아교 삼아 단단히 모아내자는 데 있다. 추모의 형식으로 애도를 대신하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으로부터 애도로 길어 올린 검은 언어들을 응고시킬 지지대로 삼자는 제안이다.

어쩌면 우리의 애도는 다시 각자의 성긴 언어로 제각기 흩어져, 서로를 향한 이방의/야만적인(barbaric) 소리로 오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한, 각자가 죽음을, 애도를 제 손으로 검게 그리려 하는 한 ‘우리’는 언제나 다시 상상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퍼마라이프 : 막을 수 없는 반복의 동작들〉 워크숍

-일정: 2024년 7월 14일 일요일 17:00~18:40/ 2024년 7월 21일 일요일 17:00~18:40 (총 2회차)

-진행: 임가영 작가, 윤상은 안무가

-신청: https://tr.ee/VVy-E9Z5NO